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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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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에서 처음 블로그를 만든 이후 이글루스로 이사온 건 도구가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액티브엑스 기반의 에디터가 그러했고, 파이어폭스에서는 문자 가독성이 떨어지는 스킨이 그러했다. 필요없는 기능들이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 그러했고, 어느날 갑자기 포털 메인에 걸려 악플러들의 진흙발이 휩쓸고 지나가게 하는 시스템이 그러했다. 반면에 이글루스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 명료한 도구를 갖추고 있었고, 가장 적절한 가독성을 갖춘 스킨을 쓸 수 있었다. 원한다면 스킨 편집까지 가능했으니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물론 디폴트 값이 가장 낫다는 디폴트주의자인 나는 가입시 주어졌던 기본 스킨을 수정없이 계속 사용했다. 이미 내가 원했던 가독성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었으니까. 아, 배경 색깔은 바꿨구나. 나는 지금 야후 블로그가 이글루스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취향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익스플로러 사용자에게는 액티브엑스 기반 에디터가 불편할 리 없고, 문자 가독성도 내 취향이 그래서 그렇지 단순한 이글루스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텍스트에 다양한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이미지를 올릴 때도 전용 에디터를 써서 거짓말 조금 보탠다면 포토샵이 부럽지 않을 만큼 멋진 효과를 줄 수 있기도 하다. 용량 제한도 없다. 시의적절한 글을 쓰면 포털 메인에 올라가 수많은 방문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일 것이다. 나는 여러 블로그 도구 중 이글루스 것이 마음에 들었고 지금까지 만족하며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글루스 블로그는 닫으려고 한다. 특별히 불만이 있어서는 아니다. 이글루스를 인수해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반감 때문도 아니다. 그 사건이 환기시켜준 어떤 인식 때문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사용자는 공생 관계다. 서로에게 기대어 원하는 것을 얻는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돌아서 버릴 수 있다. 혈연이나 지연처럼 선택권도 없고 끊을 수도 없는 관계와는 다르다. 그래서 기업은 안정적인 혹은 더 높은 수익을 위해 사용자들을 보다 세밀하고 깊은 수준에서 교묘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적절히 수로를 내고 수문을 만들어 사용자들이 갖는 다양한 욕구의 흐름들을 통제해야 한다. 원하는 방향과 속도와 수량으로 흐름을 파악하여 조절할 수 있게 될 때, 그 예측 가능한 혹은 의도한 흐름을 동력 삼아 수익의 발전기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그리고 능력이 된다면 흐름을 새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메인스트림, 주류라는 말이 있다. 큰 줄기를 이루는 주요 흐름을 말한다. 여러 방향으로 제각각 불규칙적으로 흐르는 지류보다는 주류가 발전기를 돌리는데는 훨씬 도움이 된다. 허나 사람마다 욕구의 방향과 강도는 천차만별이다. 적절히 판타지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욕구들에 방향을 제시하고 참여토록 해서 에너지 추출이 가능한 흐름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업이 원하는 바다. 기업이 지류들에도 주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류의 역동성을 보완해 주거나 힘을 다했을 때 대안으로 쓰기 위함이지 그 자체로 존중해 주기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는 편견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미래에는 다른 종류의 수익 구조를 가진 기업 형태와 기업 마인드가 생겨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경제 시스템과 사회 구조 안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예외에 해당하는 기업을 본 적이 없다. 이런 것이야말로 공연한 반기업 정서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기업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전 통제라는 말을 썼는데 대체로 그 말에는 부정적인 어감이 배어 있다. 오해가 있었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나는 가치 중립적인 의미로 썼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손가락의 힘을 통제해야 하고 교통 대란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교통의 흐름을 통제해야 한다. 좋은 것 중에서도 좋은 것이라는 사랑의 과정도 그렇다. 상대의 욕망에 자신을, 자신의 욕망에 상대를 길들이는 과정이 따라오는데 그것도 말하자면 통제다. 힘의 흐름을 되는대로 내버려 두지 않고 목적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통제다. 덧붙여 말하건데, 반기업 정서란 사익을 위해 법을 어기고 부패와 비리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을 사람들이 욕하니까 욕은 먹기 싫어서 장본인들이 핑계로 내거는 말일 경우가 많더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아까도 말했지만 통제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크던 작던 뜻하지 않게 자신의 흐름을 거스를 수밖에 없다. 기업은 사용자들을 흐름으로 파악할 뿐이지 한 명 한 명 제각각의 욕구를 존중하고 보듬어 줄 겨를이 없다. 전체 흐름에 참여하기 위해서 각각의 분자들은 개별적인 방향성과 강도를 어느 정도 버릴 수밖에 없다. 그것을 조화와 타협이라 불러도 좋다. 약간의 손실을 댓가로 전체 흐름에 참여해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면 개인은 기꺼이 참여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그 흐름에서 벗어날 것이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이치다. 물론 정보의 편집과 통제, 매혹을 통해 기업이 흐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노력을 할 것이므로 현실은 간단하지도 당연하지도 않게 돌아가겠지만. 사용자 처지에서 기업이 유도하는 큰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날 수 있듯이, 기업도 흐름을 유도할 수 없다면 서비스를 접는 길을 택하게 된다. 자선 사업을 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약 관계가 해소되는 건 극단적인 경우로 대개는 전 단계 어딘가에서 타협을 통해 평형을 이룬다. 이글루스가 이오공감과 밸리를 통해 소통의 물길을 파고, 네이버가 포토로그 리뷰로그 등을 추가하고 이웃 맺기에 관한 여러 기능들을 내놓는 것은 수로와 수문의 구체적 사례다. 그런 식으로 사용자들의 욕구에 방향을 제시해 흐르게 하고 때로는 막으며 그 힘 안에서 수익을 만들기 위한 동력을 얻는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도 온라인 정체성을 향한 개인들의 표현 욕구를 잡아내어 적절히 배치한 수로와 수문으로 수익을 만들어낸 성공적 사례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한 거다. 기업이 통제를 통해 유도한 흐름이 자신의 방향성과 얼마나 조화되느냐에 따라 좋고 싫음은 갈릴 수밖에 없다.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체로 호감을 얻고 있는 올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올블로그를 통해 다른 블로그를 방문하면 항상 툴바가 하나 따라붙는다. 그것을 유용하게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툴바는 모두에게 따라붙는다. 필요없는 사람은 설정을 통해 툴바가 나오지 않게 한 다음 항상 로그인을 해서 사용해야 한다. 로그인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수로를 하나 더 파 놓은 셈이다. 사용자는 기업이 파 놓은 수로 중 하나를 골라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범람은 허용되지 않는다. 제한적 선택권을 가진 셈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계속 수익을 얻기 위해서 기업은 수시로 물길의 흐름을 체크하고 새로운 수로를 파야 한다. 개인들이 갖는 욕구의 방향성이 달라졌는데 계속 같은 수로만을 고집한다면 어느새 흐름은 끊기고 물은 마를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처지에서는 자신의 방향성과는 다르게 대세에 따라 수로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피곤할 수 있다. 어떤 자신만의 일관성을 갖고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면 나중에 서비스의 맥락이 바뀐 것에 당황하게 될 것이다. 원래의 목적과는 다른 서비스가 되어 버렸을 테니까. 이건 주도권에 관한 문제다. 블로그와 같이 개인적 공간이라면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나의 공간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언제든 다른 곳으로 변할 수 있고, 심지어 철거될 수 있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내가 원하는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그건 내 공간이 아닌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기업이 자선사업에 가까운 경영 마인드로 수익을 포기하고 오로지 사용자만을 위해 헌신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아까도 말했듯이 기업은 각각의 개인들을 그 자체로 존중해 줄 능력이 없다. 개인적 욕구란 얼마나 제각각이던가. 어느 정도는 평균값이랄지 대세라는 것을 설정해 그것을 중심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그 대세와 나의 욕구가 다르다면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나쁘다. 기업은 수익을 얻지 못하고 나는 만족을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블로그 공간에 대한 사용자의 불안은 기업의 선의 같은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선악을 말하기 이전에 그건 시스템의 문제다. 예를 들어 공화제는 선이고 군주제는 악인가? 시대적 환경과 적응 과정에서 이루어진 시스템일 뿐이다.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고 그래서 선악이 갈릴 뿐이다. 기업이 선의를 가져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기업이 나의 흐름에 맞추어 서비스를 만들어 주길 바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업은 흐름을 통제해 수익을 얻고 사용자는 흐름에 참여해 편의를 얻는 시스템이 여기 있는 것이다. 선악을 따지기 이전에 우선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글루스 블로그를 닫고 새로 설치형 블로그를 여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야후에서 이글루스로 온 것이 도구의 불편함 때문이었다면, 기업이 제공하는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 희의감이 이번의 이유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공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불안한 것이고, 유도된 흐름이 수로와 수문을 조작해서 얻어진 것이라면 거기에 참여하면서 내 본래의 방향성과 강도가 유실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가능성일 뿐이다. 얼마나 뚜렷한 일관성과 목적을 가지고 블로깅을 할 생각이길래 가입형 블로그에 회의감 운운하는가 라고 누가 묻는다면 그다지 할말은 없다. 조용히 소소한 이야기들을 가끔 적어나갈 뿐 대단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생각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독립 블로그를 만들어 거기서 편하게 마음대로 지내고 싶은 것이 지금 나의 욕구다. 남이 유도해 주는 흐름에서 비껴나서 스스로의 흐름을 따르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조촐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좋다. 새 집 주소: http://saysix.net ============== 기존 글들은 링크 보존을 위해 그대로 두고, 더 이상 업데이트는 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