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아저씨가 잡아갔다.
by says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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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아 전기 G-Star 공개 동영상

'루니아 전기'라는 게임의 공개 동영상입니다.

지금 넥슨에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아니메 감성의 온라인 게임으로 보입니다. 동영상 앞 부분, 구름 아래로 새들이 날아오르고 강을 따라 흔들리듯 화면이 새들을 따라 움직이면 어느새 그 움직임을 받아 성벽 아래 풀들이 흔들립니다. 감성적인 바이올린 선율에 띄워진 화면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이 영상을 홀린 듯 앉은 자리에서 서른 번은 돌려본 것 같습니다.

머엉~하니... 그럴 때가 있지요. 마음이 푹 젖어들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없는 때 말입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중반 이후에는 선동적인 리듬을 타고 전투와 살육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래서 음악 리듬이 바뀌려는 찰나 저는 영상을 멈추고 다시 앞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재생 버튼 클릭. 이렇게 대략 서른 번을 반복했던 겁니다. 그러면서,

제가 온라인 게임, 특히 수천 수만 명이 모여 복닥거리는 롤플레잉 게임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오늘 또 다시 떠올립니다. 그건 이를테면 무력감 같은 겁니다. 늘상 일어나는 다툼과 살육 속에서 그걸 멈출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 온라인 게임 속 세상을 보면 참 아름다운 경치가 많습니다. 저 동영상 앞부분처럼. 그런데 그 속에서 피칠갑을 해 대며 서로 싸워야 한다는 거, 그게 참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안타깝기도 하구요. 일시적으로 평화가 찾아왔다 하더라도 그건 휴식의 시간일 뿐, 엔딩없는 게임 시스템은 끝없이 피묻은 분쟁 속으로 달려나가길 종용합니다. 플레이어는 아무리 강력한 힘을 얻었다 하더라도 전쟁 자체를 종식시킬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 그런 스토리는 허락되지 않지요. 개발자로서도 극한의 갈등과 투쟁, 그리고 무한 반복을 게임 속에서 제거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건 이미 MMORPG가 아닐 테니까요.

누구나 동의하는 이야기겠지만 게임을 하는 건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어디서 즐거움을 느끼는가는 다 다르지요. 그래서 좋아하는 게임도 다릅니다. 제가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아마 제 나름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건 다 같이 행복해지는 것. 우습지만 그게 제가 갖고 있는 판타지입니다. 여러 처지와 욕망이 부딪치고 갈등을 빚어내며 강자의 횡포가 억눌린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곳, 게다가 부조리 그 자체가 기본 원리인 듯 보이는 곳, 현실은 사실 그렇습니다. 다들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죠. 피곤하고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누일 공간이 필요하기에 아닌 줄 알면서도 판타지를 갖는 거지요.

게임 속 공간은 제게는 휴식처와 같습니다. 비록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 혹은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억울한 갈등과 불합리한 억압이 발생하더라도 끝내는 잘 해결되고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해피엔딩 스토리. 저는 거기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말해 놓고 나니 좀 쑥쓰러운데 게임에서 작품성이라든가 하는 대단한 걸 찾는 게 아니라는 거죠. 아줌마들이 티브이 3류 드라마를 보면서 즐기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아줌마들 역시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판타지인 걸 모르지 않거든요. 그냥 알면서도 그렇게 즐기는 겁니다.

온라인 게임보다는 싱글 게임들이, 그 중에서도 어드벤처 게임들이 이런 내러티브 구조에 더 적합해 보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작품들만 봐서는 그렇습니다. 그 안에서는 온라인 게임들과 달리 주인공이 무력하지 않지요. 어떻게든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결론을 맺고 엔딩을 맞이합니다. 게임 속 세상도 세상이니 엔딩 이후에도 삶은 계속 되겠지만 저는 거기까지만 참여하고 그 세계에서 나옵니다. 여하튼 행복을 이루어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말이죠.

물론 이건 제 경우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엮이고 어울리는 것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흥분을 느끼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시뮬레이션 같은 가상 체험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런 식으로 나열하다 보면 끝이 없을 겁니다. 그만큼 각양각색 좋아하는 게임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게임 동영상에 나온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길래, 그곳이 곧 피로 물들 것이(온라인 게임이니까) 어쩐지 안타까워 잠깐 했던 생각인데 쓰다 보니 길어졌군요.
by saysix | 2005/12/09 01:16 | 게임 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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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Craz at 2005/12/09 14:40
아, 공감 200%입니다. ;ㅅ;
Commented by saysix at 2005/12/10 00:25
iCraz / 오늘도 들어와서 동영상 복습 중. 오랜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한 이유도 저 링크 올려놓고 틈 날 때마다 한 번씩 돌려보기 위해서였죠. ;ㅅ;
Commented by zwei at 2005/12/10 15:33
아름다운 동영상 같은 글입니다.
PA 단상 PA 단상 PA 단상...압박도 드립니다.
Commented by saysix at 2005/12/10 22:45
zwei / 이런 개인적인 잡답을 PA 단상에 올려도 되나요? 거기는 좀더 번듯하고 제대로 된 글을 올리는 곳이라 생각해서. 하지만 주인장이 허락하셨으니 지금 올리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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